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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곰팡이 수도플렉타니아 니그렐라 (외모, 서식지, 역할)

by 녹쿨 2026. 1. 15.

수도플렉타니아 니그렐라, 그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비밀스럽고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듯한 이 생물은, 사실 우리 눈앞에서 잘 보이지도 않게 조용히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태계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주 신비로운 곰팡이류 중 하나입니다.

밤하늘같은 니그렐라의 외모

이름에 담긴 ‘니그렐라(nigrella)’는 라틴어로 ‘검은색을 띤’이라는 뜻인데요, 실제로 이 곰팡이는 어두운 갈색에서 거의 검은빛에 가까운 색깔을 지니고 있어, 깊은 숲 바닥이나 썩은 나무줄기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고요한 밤하늘의 한 조각이 땅으로 내려온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검은 컵 크기의 1~4cm 정도로 작고, 컵 모양 또는 접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그저 작고 평범한 균류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정돈된 형태와 마치 누군가 일부러 조각해 놓은 듯한 가장자리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작은 생물 하나에도 이렇게 치밀한 디자인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주로 썩은 나무, 부패된 식물 조직, 혹은 토양의 유기물 속에서 자라나며, 이처럼 ‘끝난 것들’ 위에서 새로운 생명을 일구는 모습은 어쩌면 자연이 끊임없이 죽음을 통해 삶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조용히 기다리다 피어나는 서식지

특히 이 곰팡이는 주변 환경의 습도나 온도, 유기물의 상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마치 예민한 예술가처럼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완벽하게 퍼질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다가 조용히 피어오르는데, 그 섬세함 속에서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 존재는 작고 눈에 띄지 않지만, 이 균류가 없었다면 수많은 생물의 유해가 땅속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지금처럼 풍요롭고 깨끗한 땅을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숨은 생태계의 주연이라 불러 마땅합니다. 그들은  침엽수림 VIP존 주로 침엽수 아래, 특히 소나무나 전나무 근처의 땅에서 자랍니다. 봄철(3~5월경)에 주로 발견되는데, 낙엽이나 흙 속에서 살짝 고개를 내미는 형태로 자라기 때문에 잘 찾아봐야 보입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숨바꼭질 고수 스타일입니다.

긍정적인 생태적 역할

 

 부생균(saprobic)으로서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연의 청소부이자 재활용 전문가인 셈이죠. 특히 침엽수 낙엽이나 작은 나뭇가지를 분해하면서 양분을 토양으로 돌려보냅니다.  이처럼 희귀하고 독특한 균류들이 갖는 유전적 다양성과 대사 기능에 주목하며, 훗날 의학이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의외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생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식용은 그 적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독성의 유무도 연구부족이라고 하니 굳이 먹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같습니다.

 

작디작은 곰팡이 하나가 과학의 미래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 속 모든 존재는 그 크기나 인지도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각자의 자리를 충분히 빛내고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며, 그런 의미에서 수도플렉타니아 니그렐라는 조용하지만 꽤 시적인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수도플렉타니아 니그렐라를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하나의 생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작지만 정교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 하나를 발견하는 경험이며, 그런 순간마다 우리는 자연을 조금 더 경외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