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아울(Snow Ow)을 처음 마주했을 때,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존재는, 마치 북극의 설원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깃털은 단순한 보호색이 아니라, 혹독한 자연을 살아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훈장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고요했지만, 동시에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흔들림 하나 없는 자세로 눈 위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자연을 정복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된 듯한 초연함이 느껴졌습니다.
눈올빼미의 조용한 움직임
그 아이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 오히려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람결이 스치고, 멀리서 눈 위를 걷는 동물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올 때, 스노우 아울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며 그 모든 움직임을 읽습니다. 올빼미 중에서도 뛰어난 청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이 새는,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설치류의 작은 움직임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정밀 청각’이라 부르지만, 저는 그것이 단지 생존의 능력을 넘어서 자연과의 깊은 교감에서 비롯된 능력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 섬세한 감각은 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내는 일종의 직관이자, 지혜라고 느껴졌습니다.
스노우 아울은 대부분의 올빼미와 달리 낮에도 활동합니다. 이 점은 단순히 생태적 특성이 아니라, 그 아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북극은 해가 멈추지 않고 떠 있는 한여름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이어집니다. 그 속에서 스노우 아울은 어둠이 아닌 빛 속에서도 주저함 없이 날개를 펼칩니다.
햇살을 머금은 눈 위에서 반짝이는 그 하얀 날개는, 마치 천상의 존재가 지상을 살짝 스쳐 가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황금빛 눈동자가 햇살과 만나면, 그 눈빛 속에 온 세상의 고요함이 담겨 있는 듯한 깊은 울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생명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이, 조용한 설원 위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순간이지요.
강한 가족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스노우 아울의 가장 인상적인 면모는 단연 그 강한 책임감과 가족애입니다. 스노우 아울은 짝을 이루면 매우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며, 둥지를 마련하고 새끼를 키울 때는 더할 나위 없는 부모가 됩니다. 특히 어미는 먹이를 구하러 가기 위해 멀리 떠나는 아비를 대신해 둥지를 지키며, 눈보라가 몰아쳐도 자신의 몸으로 새끼를 감싸 보호합니다. 위협이 다가오면 체구가 큰 적에게조차 날개를 펼치며 망설임 없이 맞섭니다. 그 모습은 생존 본능 이상의 무엇, 바로 사랑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스노우 아울은 포근한 외형에 가려져 있지만, 그 내면에는 세상 무엇보다 강한 본능과 감정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얀 우아함속에 감춰진 비밀
비행 능력도 인상적입니다. 올빼미 특유의 특수한 깃털 구조 덕분에 거의 소리 없이 날아다닙니다. 깃털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공기의 난류를 줄이고 날갯짓 소리를 최소화하죠. 이런 조용한 비행은 먹잇감이 자신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만듭니다. 발도 매우 특이합니다. 발가락 끝까지 두꺼운 깃털로 완전히 덮여 있어서 마치 털신을 신은 것 같습니다. 이 깃털은 혹독한 북극의 추위로부터 발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눈 위를 걸을 때 스노우슈처럼 작용해서 눈에 빠지지 않게 도와줍니다. 발톱은 검고 날카로워서 먹잇감을 단단히 움켜쥘 수 있습니다.
먹이 습성을 보면 스노우 아울은 주로 레밍이라는 작은 설치류를 먹고 삽니다. 하루에 보통 3마리에서 5마리 정도를 잡아먹는데, 배가 많이 고프면 12마리까지도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 레밍 외에도 토끼, 새, 물고기를 사냥하며, 심지어 북극여우 새끼를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먹이를 통째로 삼킨 후 소화되지 않은 뼈와 털은 펠릿 형태로 토해냅니다
또한, 스노우 아울은 철저히 자기 영역을 지키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이라면 자신만의 영역을 위해 경쟁과 소유의 감정을 드러내겠지만, 스노우 아울은 그러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을 탐하지 않고, 존재 그 자체로 자연의 질서를 따릅니다. 무리 짓지 않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생명, 그런 단단한 고독함 속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듯한 그 아이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스노우 아울을 관찰하고 있으면, 우리는 자연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생명을 조율하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마치 차가운 북극의 바람 속에서 피어난 시처럼, 스노우 아울은 말없이 자연의 품격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 존재는 단순히 먹이사슬 속의 한 포식자가 아니라, 북극 생태계의 순환과 균형을 지켜주는 조용한 중재자이자, 설원의 평화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