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름상어(Frilled Shark)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경외심’이었습니다. 오래전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 그것도 심해의 어둠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신비로운 생명체. 마치 고대의 바다 괴물이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듯했고, 동시에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 눈빛은 무표정이었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습니다.
주름상어의 휘어감는 사냥법
주름상어는 흔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이 별명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주름상어의 진화적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약 8천만 년 전, 백악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는 이 상어는, 우리가 상상하는 요즘 상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몸길이는 보통 1.5~2미터, 최대 2미터 이상까지 자라며, 몸은 뱀처럼 길고 유연하며, 주름이 잡힌 듯한 아가미 틈이 6쌍이나 있어 ‘주름상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특히 입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입 안쪽에는 삼각형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수백 개, 정확히는 약 300개 이상 촘촘히 줄지어 나 있는데, 그 모습은 정말이지 기괴하고 공포스럽다고밖에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그 이빨을 사용하는 방식은. 주름상어는 다른 상어들처럼 빠른 속도로 사냥하지 않습니다. 대신, 뱀처럼 몸을 휘감아 사냥감을 감싸고는, 안으로 밀어 넣듯 이빨로 물고 늘어지며 천천히 삼킵니다. 마치,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된 사냥 방식이 지금까지 그대로 계승되어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깊은 바다 속 서식지
주름상어는 심해성 상어입니다. 일반적으로 200~1,500m 깊이의 어두운 심해에서 발견되며,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깊은 바닷속을 유유히 떠돌고 있습니다. 드물게 조류나 기압 차로 인해 얕은 곳으로 떠올라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는 대부분 건강 이상이나 환경 변화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살아 있는 주름상어를 본 사람은 거의 없으며,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영상이나 사진은 우연히 포획되거나 죽은 개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저는 주름상어를 생각할 때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떠오릅니다. 깊고 고요한 바다 속,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수천만 년을 살아온 생명체. 그런 존재가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전율을 일으킵니다.
버티는 생존력
주름상어는 진화의 생존자입니다. 변화보다는 적응을 선택했고, 빠르기보다는 오래 버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 상어를 ‘원시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이 가장 현대적인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존재는 커다란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지만, 또 어떤 존재는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분명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주름상어는 후자의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생명.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은, 인간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저는 내내 상상했습니다. 조용한 심해,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주름상어의 유영을. 그 느리고도 아름다운 움직임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 상상만으로도 참 신비로운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